전 국민 대상의 의무교육

전 국민 대상의 의무교육

초등교육의 의미를 규정하는 일과 관련하여 심심찮게 등장하는 발상이 그것을 의무교육으로 보고 의무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으로부터 초등교육의 원리와 실제를 탐색하고 처방하려는 생각이다. 국가를 형성하는 공동체 성원으로서 갖추어야 하는 사고와 행동의 방식, 신념의 체계, 가치관 등이 있다면 이를 확인하여 체계화하고 적절한 방법을 동원함으로써 국민 모두를 교육시켜야 하며 이것이 의무교육의 목적과 내용, 방법을 형성한다. 그리고 초등교육은 의무교육이라는 이념 속에 내재해 있는 다소간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수준에서 세밀하게 번역하여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무교육의 아이디어에 비추어 초등교육의 의미와 구체적인 됨됨이를 규정하려는 시도는 몇 가지 점에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먼저 의무교육과 초등교육이 어떠한 내적인 필연성에 의하여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은 아니다. 초등교육이 의무교육의 형태를 띠게 된 것은 교육이 사적인 영위 (營爲)로서 운영되던 시기를 지나 근대적인 의미의 시민국가가 출현하여 공교육 제도가 마련되면서부터이다. 그리고 이 시기에 초등교육이 의무교육으로 운영된 것도 사회적인 비용의 문제나 국민의 정치적 통합에 필요한 공통된 가치관과 성향의 형성에 소요되는 시간의 산정 등과 같은 우연적인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일 뿐이다. 현대 사회에 와서는 의무교육이 초등교육의 전유물이 될 수만은 없게 되었으며 국가의 정립과 시민의식의 형성이 거의 완료된 현대에 있어 초등교육이 의무교육이어야 한다는 당위성도 찾기가 어렵다. 초등교육이 의무교육의 형태를 띠게 된 것은 공교육 제도의 형성기에 발생한 우연적인 사건일 뿐이며 의무교육의 이념이 생기기 이전에도 초등교육은 나름대로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고 발전하였다. 오히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초등교육의 의미와 본질이 학문적으로 분명히 정립되기 이전에 의무교육의 이념이 초등교육에 부과됨으로써 초등교육이 그 본래의 모습에서 멀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의무교육은 모든 국민들이 차별이 없이 일정한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교육복지적 敎育福祉) 측면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통합을 위하여 모든 국민들이 일정한 성향과 이념을 갖도록 이끌려는 국가적인 의도가 교육부문을 통하여 관찰된다는 측면도 들어 있다. 어쩌면 의무교육을 지원하거나 강제하는 국가는 초등교육이 그것의 본질적인 모습을 실현하면서 운영되도록 조력하기보다는 그것을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목적에 맞도록 조형하려는 힘을 더 강하게 행사할 소지가 있다. 이러한 점들을 생각할 때 의무교육은 초등교육의 개념을 정립하고자 하는 경우 우리가 반드시 고려해야 되는 본질적인 사항은 아니며 오히려 초등교육의 본질을 탐색하는 데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