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초등교육에 대한 상식적인 언급이나 학문적인 논의를 통틀어 가장 강력하면서도 대표적인 초등교육의 의미 규정 방식이 있다면 그것은 초등교육을 특정한 연령층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보는 생각이다. 한 마디로 초등교육을 필요로 하는 초등학생을 일정 연령대의 아동으로 규정하고 초등교육은 그러한 아동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지적인 수준에 맞는 내용 부합하도록 전달하는 활동이거나 또는 그러한 전달과 관련된 사항들을 관리하는 활동으로 보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초등교육은 중등교육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기의 학생들과는 구분되는 아동들의 인지적이거나 도덕적인 또는 정서적인 면에서의 성장을 도모하거나 관리한다는 점에서 중등교육과 구분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그러한 초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양성 프로그램은 아동들의 다양한 발달 상황에 대한 연구, 아동들의 발달 상황을 고려한 교수학습방법의 마련, 아동들의 발달을 조력할 수 있는 교과들의 선정과 조직, 아동의 전인적 성장을 위한 다양한 조력 방안의 마련 등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이는 중등교사 양성기관의 프로그램과 내용의 면에서 차이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그 차이는 거의 전적으로 학습자들의 연령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의 대상인 학습자들의 연령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차이가 곧 그들을 위한 교육의 질적인 특성을 형성한다는 생각이 맞는 것인지도 참으로 의심스럽지만 이 생각은 역사상 어느 특정 시기에 벌어지고 있는 우연적인 현상을 초등교육의 본질을 규정하는 데에 동원한다는 다분히 기이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현재 초등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거의 예외가 없을 만큼 일정한 연령대의 아동들이며 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초등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언제 나 아동들이었는가? 우리가 정확히 한정하기가 어려울 뿐이지 초등교육은 상당히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이른바 초등학생들이 아동들로 채워지기 시작한 것은 이에 비추어 보면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사건일 뿐이다. 바꾸어 말하면 초등교육을 받던 학생들 가운데는 야통이라 보기가 어려운 연령대의 사람들도 있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 사람들이 아동들보다 더 많았을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초등학생이 일정한 연령대의 아동이라는 사실은 초등교육의 본질과 관련된 사항이라기보다는 초등교육의 제도가 역사적으로 변천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다분히 우연적인 현상이다. 우연적인 것에 의거해서는 필연적인 것을 규정하기가 어렵다. 초등교육을 일정한 연령대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라 보는 관점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성인들과 노인들까지도 아동들과 함께 이른바 초등교육을 받았던 사실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 초등교육을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으로 규정하는 생각은 아동이 아닌 학습자가 받는 교육 가운데 분명 초등교육에 해당하는 것들이 지금도 엄연히 현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 예를 들자면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여 운영되고 있는 각종의 한글교실들이 도처에 존재하고 있다. 이때 이들 노인들이 학습하고 있는 내용이나 이를 학습하는 방법 등은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동들이 국어를 학습하는 상황과 거의 같다. 차이가 있다면 한쪽은 학습자가 노인들이고 다른 쪽은 아동들이라는 점뿐이다. 이처럼 그들이 참여하고 있는 교육의 양태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한쪽은 아동학 습자이고 다른 한쪽은 노인 학습자라는 이유를 들어 한쪽은 초등교육이지만 다른 한쪽은 초등교육이 아닌 교육 예를 들어 성인교육이나 노인교육이라고 말하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물론 아동이 아닌 학습자들이 초등교육을 받는 일은 먼 과거의 이야기이거나 부분적인 현상일 뿐이고 현재는 어찌 되었든 간에 거의 100% 초등교육은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아동들 대상의 교육으로 정착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반론을 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사실을 들어 과거의 엄연한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 온당한가도 의문이지만 더욱 위험스러운 것은 현재의 우연적인 사실을 근거로 미래를 규정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미래에도 초등교육은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연령층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으로 존속할 수 있는가? 어쩌면 그 연령층은 현재의 것보다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또 어쩌면 초등교육의 대상 연령층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달리 대폭적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그러한 변화는 현재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중년층이나 노년층에게 변화된 사회에 대한 단순한 재적응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에 대한 입문 수준의 교육을 요청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때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해교육은 초등교육의 중요한 영역 가운데 하나였으며 다가오는 정보사회에서 기성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정보 문해교육이 모든 교육의 기초 프로그램으로 초등교육에 부가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한 경우에 그들은 아동들이 아니기 때문에 초등학생이 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