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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보

초등교육이 정체 혼미

by 모든 정보 제공 2022. 10. 6.

초등교육이 정체 혼미

일상적인 것이든 학문적인 것이든 간에 어떠한 개념이 통용될 수 있으려면 적어도 그것이 지칭하는 실체가 다른 것들과 구분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실체가 지니는 의미에 대하여 언어공동체 내에서 어느 정도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실체가 없는 개념이나 의미의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그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일상적이거나 학문적인 논의 그리고 그러한 논의에 기초한 실천을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개념이 지칭하는 실체를 확인하고 그 의미를 분명히 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초등교육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파악된 구체적인 교육 현상이 언제부터 존속되었는지를 정확히 한정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물론 그것을 초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의 성립 시점을 근거로 하여 추적할 수 있기는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여전히 초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기관과 그렇지 않은 교육기관들을 어떻게 변별할 것인가 하는 어려운 개념적 구분의 문제가 남는다. 그렇기는 하지만 초등교육은 상당히 오랜 기간 존속되어 왔음에 분명하고 현재에는 하나의 뚜렷한 제도 교육의 형태로 정립되어 있다는 점에서 새삼스럽게 초등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개념적 질문을 제기하는 것은 소모적 성격이 짙다고 볼 수도 있다. 초등교육이 무엇인지는 명시적인 수준에서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암묵적으로 합의된 의미를 이미 누구나 다 공유하고 있으며 문제는 그러한 초등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실제적인 지침을 마련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있어서나 학문적인 논의에 있어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면서도 정작 그 개념의 의미를 따질 경우에 그 뜻이 전혀 분명하지 않은 어휘들이 있다. 그리고 그처럼 의미가 불분명한 어휘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실천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해당 세계의 발전보다는 혼란과 정체성의 위기를 가져오게 된다. 자신이 무엇인가를 실천하고 있으면서도 그 실천 세계의 의미와 본질, 영역 등이 스스로에게 불분명하다면 그 실천은 맹목적인 것으로 흐를 개연성이 있다. 흔히 개념적인 질문을 제기하거나 개념의 의미를 묻는 일 등은 구체적인 실천과는 무관한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전자를 배제하고 실천을 운운하는 것처럼 무모한 일도 드물다. 다소간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초등교육이야말로 그 실천의 장구한 역사나 실천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열의와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의미가 불확실한 개념이다. 초등교육이라는 말을 머릿속으로 몇 번만 되뇌다가 보면 그것이 처음에 지니고 있었던 것 같은 분명한 의미는 사라지고 이 말이 도대체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지조차 혼란스러워지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것은 특정한 계의 제도 교육을 지칭하는 개념인 듯하면서도 초등이라는 말이 연상시키는 것처럼 무엇인가가 초급의 수준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개념인 듯도 하다. 그리고 무엇이 초급의 수준에 있다고 하면 그 무엇이 초등교육에서 다루는 교과지식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교과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 활동의 질과 가치 등을 말하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양자 모두인지 등등 어느 하나 분명하지가 않은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가 초등교육이라 번역하여 부르고 있는 'primary education'이라는 개념의 의미가 과연 우리말 초등교육이 담고 있는 바와 대동소이한 것인지 아니면 소동대이한 것인지도 확실하지가 않다. 초등교육의 의미는 개념적으로만 불분명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의 장에서도 만족할 만큼 정립되어 있지 않다. 초등교육의 의미가 초등교육의 현장에서도 분명하지 않다는 점은 여러 가지 사실에서 그 증거를 찾아볼 수 있다. 초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이나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의 교수들 사이에서도 초등교육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은 초등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여전히 제기될 여지가 있음을 반증한다. 또한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이 구분되는 것이라면 초등교사 양성기관인 교육대학과 중등교사 양성기관인 사범대학의 교육 프로그램 간에 의미 있는 차이가 존재해야 되지만 두 교육기관의 프로그램들이 별다른 특징적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초등교육의 의미에 대한 체계적인 반성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범대학과 교육대학을 통합하여 운영하자는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나 사범대학의 졸업생들에게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하여 초등교육을 담당하도록 하는 제도가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 등은 어떻게 본다고 하더라도 초등교육의 본질이나 독자성, 고유한 의미 등이 분명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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