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의 개념 정립을 위한 방법적 태도
초등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초등교육도 하나의 사회적 제도로서 운영되는 것인 만큼 초등교육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모든 사회집단의 의견을 묻고 그들의 사회적이거나 교육적인 필요를 중심으로 초등교육의 역할과 정체성을 마련해 나가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또는 초등교육의 개념을 정립하는 일도 하나의 학문적 탐구 활동에 속하는 이상 초등교육의 정체성에 대한 기존의 학문적 논의들을 참고하고 이어받으면서 이것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에서 초등 교육론을 전개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초등교육에 대한 일상적인 생각은 물론이고 학문적인 인식조차도 초등교육의 개념을 정립하는 일과 관련하여 현재로서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초등교육의 정체성 위기나 개념적인 혼란은 초등교육에 대한 그러한 일상적이거나 학문적인 인식이 없었기 때문에 초래된 것이라기보다는 그러한 인식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이들 인식들은 초등교육의 개념을 정립하는 데에 커다란 기여를 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초등교육에 대한 기존의 인식들이 초등교육의 정체성 혼란을 초래한 주범이라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초등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루는 우리는 기존의 인식이나 논의들로부터 그 해답을 찾으려 들기보다는 초등교육의 개념을 그 위에 정립할 어떠한 분명한 토대도 현재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보는 엄격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초등교육에 대한 현재의 모든 상식이나 학적인 인식의 효력과 타당성을 잠정적으로 중단시켜 그것이 우리의 탐구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초등교육의 본질적인 모습이 무엇인지를 처음부터 다시 묻는 방법적 태도를 지닐 필요가 있다. 물론 이 말은 초등교육에 대한 기존의 상식이나 학적인 인식이 전적으로 틀렸다는 의미가 아니며 기존의 생각들을 완전히 부정하려는 시도도 아니다. 다만 여러 가지 점에서 의심스러운 전제들을 지니고 있는 기존의 인식들을 무반성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배제하고 초등교육의 원형적인 모습을 새롭게 재정립하려는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초등교육을 재정립하는 작업을 새롭게 진행하는 가운데 기존의 생각들 중에서 여전히 유효한 것들은 초등교육의 재개념화에 어떠한 형태로든 반영할 수가 있다. 초등교육의 개념을 정립함에 있어서 기존의 인식들이나 논의들로부터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들을 배제한다면 우리는 완전히 무에서 시작하여야 하는가? 도대체 그러한 탐구는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가? 우리 속에서 생겨날 수도 있는 이러한 물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대답을 미리 내려두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초등교육의 의미와 영역, 특질들에 대한 생각을 다양하게 우리의 머릿속에 떠올리되 상상을 통하여 그것을 여러 가지로 변경해 보는 사유 실험을 진행하는 가운데 어떠한 방식으로 변경한다고 하더라도 초등교육을 형성하는 본질적인 요소들로서 공통적으로 출현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초등교육의 모습을 구성하는 방법, 그것이 우리가 따르고자 하는 탐구의 방법이다. 철학적 사유와 논의에 익숙한 사람들은 우리가 여기서 제안하는 것이 기존의 정립된 인식을 판단 중지하고 본질을 직관하여 기술하려는 현상학적 방법론에 해당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기존의 인식을 배제하고 새롭게 초등교육의 의미를 탐색하려는 우리의 시도는 현상학적 태도를 요청하는 사태와 성격상 상당히 유사하다. 그리고 앞으로 진행될 우리의 논의 속에서 현상학적 사유와 태도의 흔적을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관심사는 현상학적 방법론이 초등교육의 개념 재정립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를 세세히 따지는 데에 있지 않다. 우리의 논의는 초등교육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데에 집중되어야 하며 현상학적 방법론은 이 질문을 다루는 데에 동원된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또한 우리의 질문을 다루는 데에 동원되는 것은 현상학적 방법론만도 아니다. 따라서 이후의 논의를 전개하는 가운데 우리는 초등교육의 개념 정립 작업의 어떠한 부분에서 어떠한 현상학적 방법이 적용되었는가를 일일이 소개하고 논의할 필요도, 또 그럴 만한 여유도 없다. 이는 우리의 논의의 초점을 흐리고 쓸데없는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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