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과 메타학습
흔히 교육을 일상적인 삶이 이루어지는 생활의 세계나 학문, 예술, 도덕 등으로 이루어진 교과의 세계로 인간을 입문시키는 활동이라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생각이 전적으로 그릇된 것은 아니지만 이는 특히 초등교육의 본질을 고려함에 있어서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것일 수가 있다. 초등교육이라는 사태 그 자체에 충실할 수가 있다면 우리는 무엇보다도 초등교육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실생활의 세계나 교과의 세계가 아니라 교육의 세계, 체계적인 형태로 이루어지는 그러한 교육의 세계로 입문시키는 첫 단계의 교육이라 생각할 수가 있다. 어떻게 본다고 하더라도 초등학생은 이제 체계적인 교육을 막 시작하기 위하여 초등교육을 받고자 하는 것이며 초등교육은 그러한 초등학생을 교육의 세계로 초대하고 교육이 지니는 고유한 면모에 동참하도록 만드는 일을 한다. 이렇게 생각할 때 무엇보다도 초등교육의 본질은 교육의 세계에 입문하고자 하는 초보자로서의 초등학생에게 전달하고 습득하도록 유도해야 될 교육의 특징적인 면모가 무엇인가에 비추어 규정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학생인 점을 고려하면 그것은 장차 그들이 교육의 세계에서 수행해야 될 학습 활동의 세세한 면모가 될 것이다. 즉 학습하는 방법에 대한 학습이 요청되는 것이다. 그러나 학습하는 방법에 대한 학습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학습이라는 개념의 의미에 대하여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으며 그 가운데 어느 의미를 채택하느냐에 따라 학습하는 방법에 대한 학습이라는 개념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학습은 이러한 것이다. 학습자가 자기 수준에서 도전감과 흥미를 지닐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직접 당사자가 되어 전개함으로써 해답을 모색하며 그러한 학습의 과정으로부터 고유한 보람이나 가치를 체험하는 것과 관련된 일련의 활동들이 학습에 해당된다. 바꾸어 말하면 문제로부터 내재적인 동기가 부여되어 수행되는 주체적인 문제 해결의 활동이 학습인 것이다. 이러한 학습의 개념은 교과의 지식수준을 묻는 성취도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방법이나 전략으로서의 학습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우리는 앞에서 교육의 수준 높은 교과의 지식이나 그 지식에 담겨 있는 교과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도구인 것만은 아니며 따라서 이러한 생각이 초등교육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우리의 사고 속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배제할 필요가 있음을 논의한 바가 있다. 물론 초등교육에서도 교과는 필요한 것이며 또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초등교육이 반드시 일정한 시간 동안에 도달해야 되는 교과의 수준이나 진도라는 것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발상은 초등학교라는 제도적인 교육기관이 장차 중등교육을 받아야 되는 학생들을 위하여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루어야 되는 교과의 내용과 수준이 미리 정해져 있다는 생각을 초등교육에 적용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우리가 잠정적으로 도달한 초등교육은 사전에 정해진 진도를 따르거나 특정한 교과의 수준까지 학습자를 인도하기 위한 활동이 아니다. 그것은 이제 교육에 갓 입문한 초등학생이 평생에 걸쳐 학습을 영위하게 된다고 할 때 그러한 학습을 주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고 학습 활동의 보람을 지속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다. 이 점에서 초등교육은 '학습에 대한 학습 즉 메타학습을 겨냥한다고 볼 수 있다. 교과라는 것은 메타학습을 통하여 습득된 학습의 능력을 적용하면서 학습의 보람을 체험하기 위한 무대에 불과하다. 바꾸어 말하면 교과는 보람 있는 학습 활동을 전개하기 위하여 필요한 학습의 소재이다. 초등교육은 초등학생의 수준과 경험을 고려하여 교과의 특정한 수준을 적절한 소재로 선택한 뒤, 초등학생이 자신에게 흥미가 있는 문제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그 문제를 어떻게 명료화해야 하는지, 문제 해결의 활동을 어떻게 계획하여야 하는지, 구체적인 문제 해결의 활동에는 어떠한 것들이 속하며, 이를 어떻게 수행하여야 하는지, 만약 문제 해결이 어려울 때에는 문제와 문제 해결의 계획을 어떻게 재설정하고 수정하여야 하는지 등을 익히도록 돕는 교육이다. 이러한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초등학생들이 수행하는 학습활동이 소재로 삼고 있는 교과의 수준이 아니라 그 수준이 어떠하든지 간에 교과를 다루는 초등학생들의 학습 활동 자체의 충실성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교과지식의 수준과는 무관하게 초등교육기관에서도 고급의 교육이 가능하며 고등교육기관에서도 저급의 교육이 가능한 것이다. 초등교육은 본격적인 교과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학습자들에게 초급의 또는 기초적인 교과지식을 전달하는 준비교육이 아니다. 그것은 체계적인 학습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해 본 경험이 없고 이로 인하여 자신의 학습을 주체적으로 수행할 역량을 아직 갖추지 못한 학습자 즉 초등학생에게 학습하는 방법에 대한 학습을 통하여 어느 정도 학습의 역량을 갖추고 학습의 보람을 알도록 하는 교육이다. 말 그대로 고등교육 즉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 활동을 위한 준비로서의 교과 공부는 중등교육에서 담당해야 될 사항인지도 모르며 그러한 중등교육은 학습자들이 초등교육을 통하여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전제 위에 성립한다. 초등교육을 통하여 학습자들이 학습의 가치와 학습의 역량을 체험하고 습득하지 못할 경우 본격적인 형태의 교과교육을 담당하는 첫 단계로서의 중등교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중등교육 수준에서 교실에 만연되어 있는 폐단 즉 학생들이 교과의 내용을 학습을 통하여 이해하기보다는 암기를 통하여 기억하는 데에 그치고 마는 문제는 이들 학생들이 학습을 수행하는 역량과 학습 활동의 가치를 아직 체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중등교육의 성패는 초등교육이 중등교육과는 구분되는 나름대로의 교육목적과 기능을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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