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의 목적

초등교육의 목적

초등교육의 목적이 초급의 교과지식을 가르치고 배움으로써 그것보다 고급의 교과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는 데에 있지 않고 초등교육의 고유한 가치를 추구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곧 뒤따르게 되는 질문은 초등교육이 내장하고 있는 그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높은 수준의 교과내용을 통하여 그 진가가 드러나는 교과의 학문적이거나 심미적인 또는 도덕적인 가치와는 구분되는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이러한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의 주변에는 그곳이 학교이든 학원이든 아니면 일상적인 삶의 장이든 간에 학문적인 수월성이나 학문적인 진리의 추구 등과는 무관하게 말 그대로 가장 초보적인 지식과 기능을 자기의 것으로 체득하는 활동에 종사하고 그 활동 자체로부터 보람과 가치를 체험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노년이 되어서 한글을 배우거나 간단한 외국어를 학습하는 사람들은 그 단계의 교육만으로도 인생 최대의 가치를 체험하고 있으며 이들이 학문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하여 준비교육을 받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신들이 배우고 있는 지식의 수준과는 무관하게 그들이 전개하는 학습 활동은 그들의 성장 그 자체를 위한 것으로서 고유한 가치와 의의의 원천인 것이다. 또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초보적인 지식일망정 그것을 이해하기 위하여 애쓰며 그러한 이해의 활동을 조력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학생과 교사의 교육 활동이 있다. 반면에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서 학문적으로 보면 최첨단의 가치 있는 지식이지만 그것을 전달하고 습득하는 데에 별다른 감흥이 없이 타성에 젖어 부실하게 가르치고 수동적으로 배우는 교수와 대학생의 교육 활동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우리는 초등교육기관에서는 초급의 교과지식을 가지고 고급의 교육이 전개되고 있고 고등교육기관에서는 고급의 교과지식을 가지고 저급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가? 만약 그러한 평가가 가능하다면 우리는 교육의 실제를 이끌고 평가함에 있어서 학문적인 기준 아외에 또 다른 기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할 근거를 갖게 된다. 물론 그것은 교육 활동의 질을 그것이 다루는 교과의 수준이나 학문적인 기준과는 별도로 사정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으로서 교육적인 기준에 해당된다. 그리고 보기에 따라서는 교육 특히 초등학생들을 체계적인 형태의 학습으로 입문시키는 첫 단계로서의 초등교육은 학문적인 기준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그 존재를 감지한 그러한 교육적인 기준을 소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교육적인 기준이 무엇인가는 좀 더 탐구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여기서 우리는 각급의 교육이 지니는 본질적인 역할과 의의를 파악하고 이들 교육을 구분하는 데에 있어서 학문적인 기준에 따른 교과지식의 높낮이가 유일한 고려 사항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초등교육을 낮은 수준의 교과지식을 다룸으로써 높은 수준의 교과지식을 지향하는 준비 단계의 교육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파악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그곳이 초등학교든 아니든 간에 초등교육에 발을 들여놓은 학습자는 이제 체계적인 형태의 학습 활동에 막 입문하는 단계에 있다. 물론 초등교육 이전에도 그들은 다양한 학습 활동을 수행하였을 것이지만 그것은 삶의 사태에서 산발적이며 비체계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학습 활동에 입문한다는 것은 특정한 교과의 어떠한 지식 즉 교과의 내용으로 입문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이 어떠한 교과의 어떤 수준의 지식이 되었든지 간에 그 교과의 종류 및 수준과는 무관하게 학습자가 자신의 수준에서 도전할만한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하려는 일련의 활동들로 구성되는 문제 해결의 활동을 익히는 것 그것이 학습 활동으로의 입문이 갖는 의미이다. 그리고 학습자가 초급의 지적인 과제를 해결하든 아니면 고급의 지적인 과제를 해결하든 그것과는 무관하게 학습자가 자신의 문제 해결 활동을 얼마나 충실히 전개하는가에 비추어 그가 수행하는 학습 활동의 질은 초급일 수도 있고 중급일 수도 있으며 또 고급일 수 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초등교육을 초급의 교과지식을 가르치려는 교육이 아니라 학습자가 평생에 걸쳐 전개해야 되는 자기 주도적인 학습 활동의 수행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맞다면 초등교육을 교과의 기초적인 지식을 전달함으로써 중등교육 또는 고등교육을 준비하는 교육으로 규정하는 관점 역시 의심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서 초등교육의 본질적인 의미를 탐색하는 우리의 작업에서 배제시킬 필요가 있다. 그것은 학습자에게 주체적으로 학습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가운데 학습 활동 자체에서 비롯하는 가치와 보람의 체험을 겨냥하는 교육으로 개념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